심심풀이 낙서2009. 3. 25. 09:12
우리 팀은 주어진 전력으로 진정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또 그만큼의 결과를 보여줬다.
한일 결승전은 정말 야구사에 남을 명승부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여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양팀 선수들, 코칭스텝들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다.
그런데 결승전의 승패에 너무 연연한 나머지 한국 대표팀의 선전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의 반응들은 참으로 안타깝다.


1. 10회초 이치로에게 결승타를 맞은 임창용, 김인식 주문대로 이치로만 걸렀으면 이겼다?
김인식 감독은 그 간 패배의 원인을 선수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절대 없었다.
그런 김인식이 결승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임창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할 정도라면
임창용이 사인을 못봤건 공을 빼고 싶었는데 몰렸건, 오기로 한가운데에 던졌건 그의 잘못은 맞다.
하지만 수많은 야구 경기에서 한 번의 오판이나 실수가 나왔다고 그를 패배의 원흉으로 몰아야 하는가?

또, 이치로만 걸렀으면 이길 수 있었을까?
사실 승패는 9회말에 승리를 결정짓지 못했을 때 갈렸다고 볼 수 있다.
8회말에 한점 따라가기 위해서 이미 포수 박경완 타석에 이대호를 투입하여 주전 포수를 잃었고
9회말에 이번 대회들어 가장 잘 치는 3,4번 타자인 김현수, 김태균을 발빠른 주자로 바꿀 때
김인식 감독은 이미 연장전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2. 미국 심판의 편파판정 때문에 졌다?
주심과 2루심이 유독 한국에게 불리한 판정을 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물론 내가 본 공 중에서도 봉중근의 볼 판정에 불만인 게 몇 개 있었다.
하지만 이와쿠마의 공은 볼도 스트라익으로 잡아주었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이와쿠마의 공은 정말 좋았다. 스트라익 존에서 변화도 심했고 속도도 빨랐다.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의 편파적인 판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2루에서 고영민의 슬라이딩도 오심으로 많이 꼽는데
안타 수만 보더라도 15:5,  석연치 않은 두 어개의 판정으로 경기의 승패가 갈렸다고 말하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 대한 모욕이다.
경기 중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경기 결과에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 좀 보여주자.




3. 박찬호와 이승엽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한국 선수단에 이런 이야기들이 혹여 전해졌을까 두려울 정도이다.
박찬호. 이승엽은 대표팀 경력도 많고 나이도 많고 이미 보여줄 만큼 다 보여줬다.
그들이 내준자리에 김태균이 들어갈 수 있었고 봉중근이 들어갈 수 있었다.
솔직히 큰 경기에서 안정적인 활약으로만 따지면 김태균이 이승엽보다 몇 배는 믿음직 했고
봉중근의 활약은 박찬호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아니 더 좋았다.
기껏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결승전에서 안타깝게 졌다고 과거의 영웅 타령이라...
최선을 다하여 한국 야구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 젊은 선수들 귀에 들어갈까봐 걱정된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해외에서 마지막 재기를 노리고 있는 선수들이다.
그들의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즌의 준비기간이다.
WBC에 참여하지 않은 대신 착실히 훈련을 한 탓인지 이승엽은 시범경기에서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고
박찬호도 몇 번의 좋은 활약으로 5선발 자리를 거의 차지했다.
그들에게 더 이상의 자기희생을 바래야겠는가?


4. 이치로 개새끼
10회초에 임창용의 볼을 다 커트해 내는 것을 보고는 안 그래도 일내겠구나 생각했는데 결국 하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결승타를 날린 이치로는 정말 대단한 선수이다.
MLB에서도 깨지지 않을 많은 기록들을 세웠고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명예의 전당에 오를 선수이다. 인터뷰에서 한국에 몇몇 망언을 좀 했다고 해서, 너무 얄밉게 야구를 한다고해서 그의 뛰어난 실력이나 열정, 집중력을 다 무시하고 개새끼라고 욕하는 것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한국으로 치면 지난 올림픽 때 계속 죽쑤다가 중요한 경기에서 결승 홈런 날린 이승엽 케이스랄까. 일본으로서는 영웅 아닌가? 무슨 비겁한 수로 안타를 만들어 낸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이용규에게 고의성 헤드샷을 날린 우쓰미와 결승전에 고영민의 다리를 감싸쥐는 슬라이딩을 보여줬던 그 놈은 뭐라 욕먹어도 싸다.


사족으로 WBC 자체에 대한 아쉬움
1. 대전방식 - 더 말할 것도 없다. 철저히 미국의 결승진출 시나리오에 맞춘 대진표 및 일정.
2. 투구수 제한 - 선수 보호 차원이라곤 하지만 선수층이 얇은 팀을 견제하기 위한 것일 뿐. 쿠바가 최대 희생양.
3.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MVP - 승패로만 보면 마쓰자카가 3승 무패, 이와쿠마가 1승 1패이지만 결승전의 최대 수훈 선수라고 할 수 있고 20이닝 3실점으로 방어율 1.35를 마크한 이와쿠마에게 MVP를 줘야 하는거 아닌가?
준결승에 미국을 꺾느라 결승전에는 얼굴도 안비친 마쓰자카에게 준건 좀!
'쿠바든 한국이든 다른 나라끼리의 경기가 뭐 대수냐? 야구는 미국이 최고지.' 하는 미국 냄새가 좀 나는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고로
봉중근은 2승에 방어율 0.51 (17 2/3이닝 2실점) 로 한일 선발투수 중 방어율 1위.
윤석민도 2승에 방여율 1.13 (16이닝 2실점)
대단하군.
Posted by M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