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낙서2009. 6. 4. 10:28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라고 몇 번을 읽어주었기 때문인지
시를 읽어도 별로 감흥을 얻지 못하는, 철저히 이과계 머리를 가진 나에게도
황지우 라는 이름은 머리 속 한켠에 기억되어 있다.

그런데 뉴스를 뒤적이던 중 '황지우' 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아주 작은 비석' 건립위원 중 한 분이신 이 분.
문광부의 표적감사로 한국예술종합대학 총장에서 사퇴하시고
교수직마저 박탈당할 처지라고 한다.
이유는 현정부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문광부 차관이 지 입으로 말했다.

정말 끝을 향해 달려간다.

유시민은 자신의 책 '후불제 민주주의'의 서문에서
이 정부의 출현이 필연이고, 또 어차피 지나갈 일이고, 또 좋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점점 견디기 힘들어진다.
Posted by M군